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지 2년이 지났다. 세계 각국은 G20을 결성해 공동 대응에 나섰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합의하지 않을 것을 합의’하는 데 그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 와중인 9월30일 ‘G20 밖’을 상상하는 대형 토론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토론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을 소개한다.

조복현 교수(한밭대 경제학과)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근본 개혁을 주장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과 규제의 부족이나 자본시장의 저발전 때문이 아니다. 금융거래가 시장을 통해 이뤄지고 금융 투자의 목적을 거래 차익과 수수료에 두게 되면 그만큼 금융 투자의 유동성과 수익성은 증가하지만, 그것이 과도한 금융 팽창을 부추겨 사회 전체의 위험을 증대시킨다.” 금융 시스템을 현재의 ‘자본시장 중심’에서 ‘은행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주장.

“금융 시스템, 은행 중심으로 바꾸어야”


투기거래를 억제하고, 실물경제에 자금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예금과 대출을 중심으로 자금이 도는 금융 구조가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자본시장에는 자본이득세 중과, 증권거래세 강화, 유동화 증권의 발행 억제, 헤지펀드·사모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에 대해서는 등록·정보 공개와 함께 투기 거래나 경영 참여를 제한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동시에 은행에 대해서는 기존 재무건전성(BIS) 감독을 넘어 ‘자산 운용’의 건전성까지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의 증권 발행·매각 업무, 투자 업무를 억제하는 게 핵심.

   
ⓒ시사IN 안희태
토론회에서 닛잔 교수(오른쪽)와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 주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박형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연구원은 ‘스티글리츠의 유엔 보고서’를 인용해 금융거래세 도입을 주장했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초국적 자본 이동을 기하학적으로 증가시켜 자본주의 불황과 호황 사이클을 증폭시켰다며, 국제적 금융자본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이다. 2011년 G20 정상회의 주최국 프랑스가 금융거래세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서울 G20에서는 의제로 채택하지 않았다.

허영구 대표(투기자본감시센터)는 ‘G20’이라는 틀 자체, 나아가 투기적 금융자본에 대한 통제가 어디까지 가능하 겠느냐며 그 한계를 되짚었다. “미국 증권 거래의 60%, 유럽 증권 거래의 40%가 0.03초 내 극초단타매매(HET)로 거래되고 있다. 올해 2월 삼성증권도 외국 기관을 상대로 극초단타매매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전 세계 연간 GDP가 50조 달러인 데 비해 파생상품은 그 10배에 달하는 516억 달러로 추정된다. 뉴욕 월가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돈 중 1조 달러가 밤이 되면 인터넷망을 타고 14시간 시차가 있는 도쿄 증권시장으로 이동한다. 전 세계 금융거래의 95%는 단기적 투기거래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이윤을 챙기고 있다. 오늘날 금융 시스템을 잔혹한 사기극이라 부르는 이유다.”

홍헌호 연구위원(시민경제사회연구소)의 말도 곱씹어볼 만하다. “금융업의 본질은 서비스다. 제조업 등 다른 산업 활동에 싸게 돈을 빌려주면서  도움을 주는 지원 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지금은 남의 돈을, 다른 산업의 돈을 빼낼까를 궁리하는 ‘야수적 금융’이 되었다. 그것이 선진 금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