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자본축적과 지구정치경제의 향방
  홍기빈의 '현미경과 망원경' <4> Ⅱ. 보데의 법칙? ① 미국 군수 자본
  2003-04-11 오후 1:58:23
  II. 보데의 법칙? : 무기-석유 연합의 “차등적” 이윤율과 중동의 분쟁
  
  ① 미국 군수 자본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 전쟁의 진짜 이유가 미국 군수 자본과 석유 자본의 이익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의혹은 쉽사리 풀릴 것 같지 않다. 이라크 전에서 나오는 “장물”을 둘러싸고 딕 체니 부통령 이하 워싱턴 인맥에 줄을 댄 이런저런 군수 석유 자본들의 활극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군수 – 석유 자본 동맹이라는 용어 자체는 비판적 지식인들과 언론에 숱하게 회자되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시하는지와 어떤 작동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체계적 논의는 많이 만나지 못한 듯 하다. 많은 주류 사회과학자들은 이를 아예 “음모 이론”과 하나로 보아 진지한 연구 대상으로 다루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닛잔/비클러 이론은 이를 1970년대 초를 기점으로 하여 형성된 “무기 달러 – 석유 달러 동맹(Weapondollar-Petrodollar Coalition)”으로 이름붙여 그러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루어, 중동 지방의 석유의 정치경제학과 군사 갈등의 정치경제학을 이 집단의 행태와 연결지어 설명하려 시도한다. 나중에 보게 되겠지만, 그 연구의 결론은 실로 괄목할 만한 것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 부분의 기사는 다시 세 개의 글로 나누어 진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군수 자본 핵심(arma-core)의 형성에 대해서 알아보고, 다음 글에서는 석유 자본 핵심(petro-core)을 살펴본다. 세 번째에서는 70년대 이래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 갈등과 석유 가격의 역사적 추세를 이 무기-석유 동맹의 자본 축적 패턴과 연결시켜 살펴본다.
  
  1. 자본주의와 군비 지출
  
  오귀스뜨 꽁뜨(August Comte)는 전쟁의 원인이 자원의 희소성에 있다고 생각하였기에, 역사가 산업 사회의 풍요로 진보하면서 차츰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이러한 생각은 스펜서같은 이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굳이 소로킨(Sorokin)의 호전성 지수(bellicosity index)를 살펴보지 않아도, 20세기의 역사가 그러한 예측과는 정반대로 각종 전쟁으로 점철되어 왔음이 누구의 눈에도 분명하다. 그래서 이미 20세기 초부터 레닌이나 부하린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을 필두로 하여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발전이 오히려 전쟁과 군비의 확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게 되었다.
  
  이러한 초기의 연구는 주로 자본주의 경제 구조 전체 –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거시 경제’ 차원 - 의 논리에서 군비 지출을 설명하려 시도하였다. 홉슨이나 로자 룩셈부르크 등은 자본주의 구조 발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과소 소비 및 과잉 축적의 결과로서 제국주의와 군국주의가 나오게 된다 논리를 편 바 있었으며, 이는 멀게는 60년대 미국의 신좌파에게 큰 영향을 끼친 바란과 스위지의 “독점 자본” 이론으로 이어진다.
  
  기술 혁신과 대기업 조직에 기반한 독점 자본 단계에 들어선 자본주의에서는 마르크스가 예언한 것과 같은 이윤율의 저하가 아니라 오히려 ‘경제적 잉여’의 계속적 증가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독점 자본주의는 그 남아도는 경제적 잉여를 배출할 곳이 필요해지게 되므로, 베블렌도 예언한 바 있는 “제도 차원의 낭비”의 방법을 찾아 헤매게 된다. 광고, 공공 사업 등이 그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은 약점이 있다. 첫째 엄밀히 말해서 순수한 “낭비”가 아니라 새로운 경제적 잉여를 창출하기 일쑤이며, 둘째 그 규모에 있어서 불충분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주 이상적인 대안으로 등장하는 것이 “군비 지출”이라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는 지출 규모도 천문학적 숫자이거니와 이 무기의 소비란 그야말로 “파괴” 행위이니 아무런 경제적 잉여도 생산되지 않는 순수한 낭비가 아니겠는가.
  
  이러한 이들의 주장이 앙상한 이론적 추리라기보다 미국 외교의 역사와50년대 이래 꾸준히 계속된 엄청난 규모의 미국 정부 군사 지출이라는 현실적인 경험을 반영하는 산물임을 주목해야 한다. 일본 경제학자 쯔르 시게또(都留重人)도 이미 1956년 “자본주의는 변했는가(Has Capitalism Changed?)”라는 논문에서 미국 경제의 저축을 연구하여, 미국 경제가 계속 현재의 성장율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GDP의 10%에 해당하는 군사 지출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는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 그러한 GDP 성장과 10% 군비 지출의 추세가 10년간 계속 될 경우엔 군사 지출의 절대적 크기 자체가 “평화 상황에서는 도저히 정당화될 수 없는” 크기에 도달할 것이라는 실로 의미심장한 암시도 던지고 있다. 과연, 10년후인 1966년의 미국은 여전히 GDP의 9% 정도의 군비 지출을 하는 한편 베트남 전쟁에 깊숙히 빨려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1966년에 발표된 바란과 스위지의 이론이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본주의 체제의 논리”에서 군비 지출과 전쟁을 설명하는 논리는 몇 가지의 한계를 가지게 된다. 첫째, 현실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군비 지출이 1968년을 정점으로 하여 감소 추세를 보이게 되었고 70년대로 접어들면서 소위 데땅뜨 국면이 도래하게 되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문제점은 이론적인 면에 있다. 이렇게 문제를 구조의 논리로 환원하게 되면 “자본주의는 항상 호전적이고 사악한 추세를 갖는다”는 포괄적 결론 – 그리고 아마도 “언젠가 망한다”는 묵시록적 교훈 - 이외에 현실의 구체적 변화를 설명하는 데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 “자본주의는 제국주의 전쟁으로 치닫게 되어 망하게 되어 있다”는 1920년 이전의 레닌식 주장의 폐해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는 망하지 않았다. 또 항상 전쟁과 군비 지출로만 치닫는 것도 아니다. 평화의 국면도 도래하며 또 급박스런 위기 국면이 올 수도 있다. 그런데 항상 “총 자본”의 구조적 논리로만 상황을 설명하려는 이론적 틀로 인해 그렇게 다양한 현실의 설명에 무력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한계의 인식과 맞물리면서, 1970년대 초부터는 “추상적인 자본주의 체제 발전의 논리”가 아니라 구체적인 핵심적 군수 자본 집단의 존재와 그들이 미국의 외교 정책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에 촛점을 맞추는 연구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 선구적인 연구로는 역시 칼레츠키(Michal Kalecki)를 꼽아야 할 것이다. 이미 40년대부터 거대 독점 자본이 경제 및 사회를 재구조화해버리는 과정에 착목했던 그는 60년대에 쓰여진 일련의 논문에서 미국 내의 구체적인 자본 분파 집단의 존재와 갈등을 확인한다. 주로 미국 동부 해안에 자리잡은 오래된 민간 산업 자본에 대하여 군수 산업과 연결된 자본 집단이 서부 해안 지방에서 새로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베트남 전 등을 거치면서 서부의 군수 자본이 우월한 집단이 되어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자본 집단 내부의 재분배가 벌어지게 될 것이며, 또 이 분파가 미국 지배 계급에 합류하게 되면서 더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외교 정책을 밀어부치는 세력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과연 이러한 칼레츠키의 예측은 이후에 실현되었는가? 더 많은 이윤 몫을 가져가는 군수 자본이라는 집단은 정말로 그 정체가 뚜렷하게 형성되었는가?
  
  2. 군수 자본 핵심 기업들과 그 ‘차등적’ 이윤의 동향
  
  이 “군수 자본 핵심(arma-core)”의 존재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닛잔/비클러는 미 국방성이 매년 발표하는 “일차 계약 액수에 따른 100대 군수 조달 기업(100 Companies Receiving the Largest Dollar Volume of Prime Contract Awards)” 을 살펴 다음의 두 가지 기준으로 핵심 기업들을 걸러낸다. 첫째, 군수 산업에 특화된 기업이라해도 크기가 작은 것들은 배제한다(Teledyne, E-System 등이 그래서 배제된다). 둘째, 큰 기업이라해도 총 매출에서 군수 관련의 매출의 비중이 적은 기업들도 배제한다(AT&T, IBM, Exxon, Ford 등이 그래서 배제된다). 그 결과 닛잔/비클러는 Boeing, General Dynamics, General Electric, Grumman, Honeywell, Litton Industries, Lockheed, McDonnell Douglas, Martin Marietta, Northrop, Raytheon, Rockwell International, Texas Instrument, Textron, United Technologies, Westinghouse의 16개 기업을 얻어, 이들을 잠정적으로 군수 자본 핵심 기업으로 상정한다. 물론 이 선정의 기준이 어느 정도의 자의성을 가질 수 밖에 없긴 하지만, 이 16개 기업이 66년에서 91년 사이에 따낸 국방성 일차 계약이 평균 36%에 이른다는 점을 볼 때 현실적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16개의 기업들이 과연 칼레츠키가 60년대에 예언했던 대로 미국 경제의 전체 자본가들 사이에서 뚜렷하게 점점 더 많은 이윤 몫을 챙겨가는 우월한 권력을 가진 집단으로 형성되어 왔는가? 이를 실제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교의 대상이 되는 ‘미국 전체 자본가’라는 것을 좀 더 주의깊게 정의해야 한다. 이 16개 기업들이 더 많은 이윤을 차지해왔는가를 비교할 적절한 대상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은 모든 중소 기업을 포함한 미국 기업 법인 전체가 아니라 ‘대기업 집단(big economy)’이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닛잔/비클러는 <포춘(Fortune)> 선정 미국 500대 기업으로 잡고 있다.
  
  그리하여 1966년에서 1991년의 기간 동안 이 16개 군수 자본 핵심 기업의 순 이윤과 포춘 500 대 기업의 순이윤을 비교해 보니 흥미로운 결론이 나온다. 베트남 전이 절정에 달하던 1967년에도 16개 기업의 순이윤이 전체 포춘 500대 기업에서 차지하는 몫은 5% 남짓에 불과했었는데, 이 수치가 이후 계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려 마침내 1990년이 되면 10%를 넘는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이를 양쪽 집단의 개별 기업당 평균 순이윤으로 비교하면 더욱 극적인 결과가 나온다. 1967년 ‘전형적인’ 군수 자본 핵심 기업의 순이윤은 ‘전형적인’ 포츈 500대 기업에 비해 1.7배 정도의 크기였으나 이 또한 1990년에 이르면 3.13배를 넘게 된다.
  
  닛잔/비클러는 이에 근거하여, 칼레츠키의 예측이 현실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한다. 70년대 특히 80년대에도 “군사 케인즈주의(military Keynesianism)”에 입각하여 꾸준히 지속되어 온 미국 정부의 군비 지출이 결과적으로 분명하게 ‘차등적인’ 이윤을 챙겨가는 군수 자본 핵심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결론이다.
  
  3. 무기 수출의 필연성
  
  무기 산업에 따르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수요의 불안정성이다. 사람은 하루 몇 끼니를 먹어야 하기 때문에 식품 산업의 수요는 상당히 안정되어 있다. 그런데 무기의 ‘소비’란 곧 전쟁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것이 사람의 식사처럼 안정적이고 규칙적으로 일어날 것을 예측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전쟁이 닥쳤을 때 무기 생산을 폭발적으로 늘이면 되지 않을까? ‘죽창’이나 ‘몽둥이’ 따위의 무기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근대 이후 무기가 기계화되어버리고 또 끝없는 연구 개발이 절대절명의 과제가 되어 버린 이상, 평화시에 수요가 없다고해서 그렇게 무기 생산 라인을 간단히 폐쇄해버리는 일은 대단히 위험하다. “버터의 생산이냐 총의 생산이냐”하는 선택은 사무엘슨 경제원론에 나오듯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여기에 무기 산업의 딜레마가 있다. 수요가 불안정하여 안정적인 ‘시장 확장의 예측’에 근간한 사업이 되기 힘들다. 그렇다고 생산을 폐쇄해버리는 것은 국가 안보에 치명적이다.
  
  따라서 무기 수출의 활성화가 그 한 해결책일 것임이 명확하다. 1913년 독일의 무기 회사 크루프(Krupp)의 부패 시비가 있었을 때, 제국 의회에 나온 전쟁상 헤링겐(Josias von Heeringen)은 당당하게 이렇게 답변한다. 유사시에 필요한 무기 생산 능력을 유지하려면 평화시에는 무기 회사들이 수출을 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그들은 철저한 장사꾼이 되도록 두어야 하며, 이들에게 공무원같은 청렴 윤리를 강요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그리하여 크루프, 노벨, 카네기, 듀퐁 등의 무기 회사들은 그 당시 모두 거의 규제받지 않는 ‘자유 기업’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차 대전 이후 국제 연맹은 이 무기 회사들을 국제 분쟁 발생의 한 원인으로 지적하여 국제적인 무기 수출에 대해 철저한 감시를 시작하였고, 이러한 시대적 조류가 계속 강화되어 2차 대전에 즈음해서 특히 미국에서는 무기 거래는 국가의 외교 정책의 일부로서 통합되기에 이른다. 무기 회사들은 자율성을 잃었지만 그래도 2차 대전 이후 5~60년대의 미국의 냉전 전략 하에서 아시와와 유럽 각지로의 미국의 무기 이전 – 이는 사적 거래가 아니라 정부 간 거래의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 이 활발히 이루어졌었기에 그 팽창하는 미국 군사 예산의 수주를 주 원천으로 하여 성장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1961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퇴임 연설에서 저 유명한 “군산 복합체(military industrial complex)”가 등장하여 미국 국가를 지배할 위험을 경고할 정도에 이른다.
  
  하지만 60년대가 끝날 무렵이 되면, 베트남전이 미궁에 빠지며 국내의 군사 예산이 삭감되면서 다시 무기 회사들이 해외 수출에 의존하는 정도가 깊어지기 시작한다. 세계 대전 이전의 ‘사적 무기 거래’의 시대가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80년대 말까지 그 수출량이 87년 달러 가치로 9십억달러에서 1백5십억달러 사이를 오르내리는 정도가 된다. 혹자는 이 수출액이 전체 매출의 크기에 비해 작다는 이유로 군수 산업에서 무기 수출의 중요성을 무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본 축적의 핵심은 매출이 아니라 이윤임을 기억하라. 브로즈카와 올슨(Brozska and Ohlson)에 의하면 무기 수출의 이윤 마진은 보통 국내 거래의 2.5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감안하여 계산해보면 63년에서 89년의 기간 동안 무기 수출의 이윤은 전체 이윤의 평균 22.7%라는 무시못할 비중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닛잔/비클러는 강조한다.
  
  4. 외교 정책의 변화?
  
  여기에서 칼레츠키의 예측의 두 번째 측면 즉 새로 형성된 이 군수 자본 핵심이 외교 정책에 끼치는 영향의 문제가 나타난다. 아이젠하워가 경고한 군산 복합체라는 개념도 분명히 국가 정책이 이들에게 장악되어 갈 위험을 뜻하는 것이긴 했지만 이는 주로 정부의 군사 예산 책정과 분배 문제에 집중되었었다. 그런데 70년대에 접어들어 형성되기 시작하는 이 군수 자본 핵심은 외교 정책으로 그 영향력 행사의 방향을 적극적으로 이동해나갈만한 동기가 뚜렷하다.
  
  이들의 영업은 이미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였고, 그나마 삭감을 겪은 미국의 군사 예산만으로는 이를 충족시킬 수가 없었던 고로 무기 수출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해외의 수요자’는 그냥 생기는가? 그냥 앉아서 어디에 전쟁과 갈등아 생겨라 하고 기다릴 것인가? 한국이나 일본같은 나라들은 수출 진흥을 위해 ‘해외의 판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것을 국가의 임무로 삼고 있으며, 아예 전담 부서까지 만들어 놓지 않았는가? 무기도 꺼림칙하게만 볼 것이 아니라 그냥 ‘수출 상품’으로 본다면, 국가의 외교 정책이 그 수출 판로를 창출하는 데에 일조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도 없지 않은가? 게다가 그렇게 무기 수출이 진흥되면 미국의 군사 기술이나 능력도 유지 및 월등히 신장되게 마련이니 그야말로 외교 정책의 핵심인 ‘국익과 안보’에도 부합하지 않는가?
  
  물론 이러한 추론은 그야말로 짐작과 개연성에 불과한 것들이므로 이런 정도를 근거로 하여 “미국의 외교 정책이 군수 자본에 휘둘리고 있다”고 한다면 음모 이론의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거기에 함축된 메시지가 얼마나 섬뜩한 것인가. 말이 좋아 ‘무기 수출의 판로 개척’이지 이는 쉽게 말해서 지구 도처에 전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짓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인류 역사에 자유를 실현할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의 담지자 미국의 외교 정책을 사람들의 목숨을 팔아 배를 채우는 흡혈귀의 책략이라고 근거도 없이 몰아부치다니. CIA 누군가의 총탄에 맞아 죽어도 싼 짓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만약 그 70년대가 시작되면서 정말 미국이 관여하면서 분쟁과 갈등이 심화되며 그를 통해서 무기 수출도 활발해지게 된 곳이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무기 수출의 규모도 그냥 늘어난 정도가 아니라 아주 폭발적이었다면? 여기서 또 하나의 조건이 추가된다. 그러한 지역은 최소한 무기를 ‘폭발적으로’ 수입할만한 경제적 자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제 3세계 어딘가에서 제 아무리 피가 튀는 화끈한 분쟁이 벌어져도 그들이 맨날 무기 외상이나 달라고 빌어대는 ‘거렁뱅이’들이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니 이러한 우리의 의혹을 입증할만한 지역의 조건은 첫째, 미국이 개입된 갈등이 벌어지고 있어야 한다. 둘째, 폭발적인 무기 수출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그렇게 할 만한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조건들을 꼭 맞추는 지역이 있다. 바로 68년 73년에 벌어진 아랍-이스라엘 전쟁과 함께 세계의 화약고가 되어버린 중동 지역이다. 그렇다면 이 지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좀 더 살피면 진실에 좀 더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 중동 지역으로 들어가기 전에 또 하나 살펴보아야 할 이야기가 있다. 아랍 국가들이 무기 살 돈을 조달하는 데에 관련된 또 하나의 국제 자본 분파 즉 석유 자본 핵심(petro-core)이다. 다음 편에서 곧 만나자.
  
  추기
  
  이 연재에서 훌륭한 부분이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죠나단 닛잔(Jonathan Nitzan) 교수와 심숀 비클러(Shimshon Bichler)의 연구 성과로 돌려야 한다. 필자는 단지 그들의 연구를 소개하는 역할만 하고 있으며, 본문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와 분석은 모두 그 두 사람의 성과물이다. 물론 소개하는 과정에서의 실수와 착오는 모두 필자의 몫이다. 그들의 연구 성과는 다음의 아카이브에서 원문으로 구해볼 수 있다.
  
  http://www.bnarchives.net
  
  특히 이번 부분과 관련된 본문으로는
  
  “Bringing capital accumulation back in: the weapondollar-petrodollar coalition-military contractors, oil companies and Middle East ‘energy conflicts’”Review of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2(3), 1995
  
  Ch. 5 “The Weapondollar-Petrodollar Coalition” in The Global Political Economy of Israel, (London: Pluto, 2002)
  
  필자 소개
  
  필자 홍기빈은 현재 캐나다 요크대학교 정치학과 박사과정에서 국제정치경제학을 공부하는 소장학자로, 외국에 체류중이면서도 국내외를 넘나드는 다양한 이슈에 관한 통찰력 있는 글을 여러 온/오프라인 매체에 보내며 많은 반향을 얻고 있다. 프레시안 연재글의 제목 '현미경과 망원경'은 정치와 경제, 국제와 국내의 이분법을 넘나드는 글을 쓰고자 하는 그의 의지의 표현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외교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서로는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책세상)와 논문「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19세기 금본위제를 중심으로」등이 있으며 역서로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外>(책세상) <자본론을 넘어서>(백의), <지구적 축적과 변형의 이론>(근간, 삼인출판사)가 있다.
   
  관련 링크 ( http://www.bnarchives.net )
  홍기빈/국제정치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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